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재택근무와 홈 트레이닝, 혼술과 혼밥 등 일상생활의 변화를 가져왔고 그 변화는 새로은 소비 트렌드로 이어졌습니다. 엔데믹 전환을 앞둔 지금, 코로나 19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푸드 소비의 뉴 트렌드는 이미 정착된 듯 합니다.
시장조사 전문 기관 오픈서베이가 2019년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 3년 동안 국내 소비자 약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26만개 식단 및 78만개 메뉴 기록 데이터를 분석한 <팬데믹 전후 3년간 푸드 소비트렌드>를 통해 펜데믹 전후 3년 동안 식생활에서 나타난 변화를 메뉴 레벨에서 세부적으로 살펴봤습니다.
푸드 트렌드 변화의 주요 키워드는 <건강, 간편, 혼먹, 2030세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조사결과 건강하고 간편하며, 혼자 먹기 알맞은 메뉴와 2030세대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은 메뉴의 취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30세대들이 선호하는 메뉴는 무엇이고, 그들이 선택하지 않은 메뉴의 취식률은 감소했을까요. 팬데믹 이후 푸드 트렌드는 과연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요. 이 카드뉴스에서 그 궁금증을 해소하시기 바랍니다.
치솟는 물가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편의점 도시락을 구매하는 ‘런치 플레이션’,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무지출 무소비 챌린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경기 상황에서 편의점업계의 푸드 소비 트렌드 분석을 통한 소비자 니즈 파악과 상품 기획, 개발은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입니다.
자료 제공 : 오픈서베이 <푸드아이어리로 알아본 지난 3년간 푸드 트렌드 총정리>
자료 출처 : https://blog.opensurvey.co.kr/article/report-eat-2022-3
① 한식 메뉴 전반에서 나타나는 취식 감소 트렌드
한식은 전반적으로 취식이 감소했는데, 메뉴 레벨에서도 취식 감소 트렌드가 확인됩니다. 다만 19년부터 3년간 꾸준히 감소한 메뉴, 크게 한 번 감소했다가 더 줄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메뉴, 반짝 올랐다가 다시 감소한 메뉴 등 유형은 다양하게 나타났습니다.
열무김치·소박이 등 반찬김치류, 반짝 취식 증가 후 감소
먼저 한식 밑반찬 메뉴 중 열무김치·소박이·젓갈을 살펴봅니다. 이러한 메뉴는 보통 집에서 내식으로 소비되며, 배추김치처럼 외식할 때도 흔히 볼 수 있는 김치류와 달리 가끔씩 상에 오릅니다. 그런 탓인지 열무김치·소박이·젓갈은 외출이 줄고 내식이 크게 증가했던 코로나 장기화 기간에 취식률이 반짝 올랐다가 다시 감소하는 트렌드를 보였습니다. 21년 2월 이후에는 집에서도 배달음식이나 밀키트·간편식 등으로 간단하게 먹는 경우가 많아지고, 내식을 하더라도 한 그릇 음식 등으로 상차림이 간소화됐기 때문입니다.
외식 의존도에 따라 감소 트렌드 달라
다른 한식 메뉴는 어떨까요? 된장찌개와 김치찌개의 취식률 변화를 주목해서 살펴봤습니다. 두 메뉴 모두 대표적인 한식 메뉴로 우리 식탁에 여전히 많이 오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차이점도 한 가지 있습니다. 된장찌개는 상대적으로 외식 비중이 더 높으며, 김치찌개는 내식 비중이 높다는 점입니다(각 외식 비중: 25.8%, 16.3%).
취식 상황의 차이는 두 메뉴의 취식률 감소 트렌드에 영향을 줬습니다. 외식으로 먹는 비중이 높은 된장찌개는 21년에도 여전히 외식이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해 지난 3년간 취식률이 꾸준히 감소한 반면, 김치찌개는 한 번 크게 감소했다가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한식 메뉴의 외식 취식 비중은 코로나 이후 나타난 외식 감소의 영향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데요. 김치찌개는 내식으로 더 많이 먹다 보니 코로나 장기화 이후 나타난 외식 감소 트렌드와 무관하게 내식으로 꾸준히 소비된 반면, 된장찌개는 그렇지 못해 취식이 더 감소했습니다.
② 닭가슴살·샐러드 취식 증가
앞서 한식 메뉴 전반에서 나타난 취식률 감소 트렌드를 살펴봤다면, 이번 파트에서는 지난 3년간 꾸준히 취식률이 증가한 메뉴를 알아봅니다. 바로 닭가슴살과 샐러드입니다. 두 메뉴의 취식률 증가는 지난 16년부터 꾸준히 언급량이 증가한 ‘간단하게’, ‘건강하게’, ‘혼자 먹기 좋은’ 메뉴를 선호하는 트렌드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유통형 HMR로 소비되는 닭가슴살
닭가슴살은 가공식품으로 판매되는 포장식 닭가슴살입니다. 생고기 닭가슴살은 별도 카테고리에서 요리 재료로 분류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포장식 닭가슴살은 포장/가공식품과 같은 유통형 HMR로 취식하는 비중이 90%가 넘습니다. 이러한 닭가슴살은 과거에는 운동을 하거나 식단 관리를 할 때 주로 먹었다면, 코로나 장기화로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건강하고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자 많이 먹게 되면서 취식률이 증가했습니다.
한 끼 대용식으로 샐러드 소비 증가
샐러드 취식은 21년 들어 크게 증가했습니다. 사실 샐러드는 과거에는 주로 외식 한상 차림 중 반찬류에 포함되는 메뉴였습니다. 전통적인 한식 상차림에 자주 올랐던 ‘과일 사라다’도 여기에 포함되죠. 그런데 최근 취식이 증가한 샐러드는 식사 대용으로 먹는 샐러드 볼 형태의 한 그릇 메뉴입니다. ‘과일 사라다’와 ‘샐러드’는 같은 메뉴로 묶여 있지만 취식 상황과 맥락이 다릅니다. 이에 어떤 샐러드의 취식이 증가하는지 명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샐러드가 포함된 식단에 함께 올라가는 메뉴 개수 변화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19년까지만 해도 샐러드가 포함된 식단에 함께 오르는 메뉴는 4.73개였습니다. 여러 메뉴를 함께 놓고 먹는 한상 차림에 샐러드가 포함된 경우가 그만큼 많았다는 겁니다. 그런데 20년~21년에는 그 개수가 4.54개와 4.31개로 눈에 띄게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 샐러드는 메뉴 수가 많은 한상 차림으로 먹기보다 간단하고 건강하게 혼자 먹기 좋은 샐러드 볼 형태의 취식이 더 많아진 겁니다.
③ 제로 트렌드, 비알콜 음료 음용 증가
닭가슴살·샐러드와 같이 건강함을 추구하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는 디저트와 비알콜 음료 카테고리에서도 쉽게 발견됩니다. 소주·맥주 등 알콜음료 또한 외식 감소로 인해 소비가 크게 줄었으며, 부담 없이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무알콜 주류의 음용은 증가했습니다.
코로나 전후 3년간 꾸준히 취식이 증가한 메뉴 중 하나는 스키니피그·라라스윗 등의 저칼로리 아이스크림입니다.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시장에 베스킨라빈스·청정원 등 대기업이 최근 들어 앞다퉈 진출하고 있죠.
한편, 트레비·빅토리아 등 첨가물이 따로 없는 탄산수나 제로콜라·제로펩시 등 액상과당 제로 탄산음료 또한 지속적으로 음용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코로나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칼로리 낮은 디저트나 당분없는 음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제로 트렌드는 알콜 음료 카테고리에서도 나타납니다. 최근 3년간 일반 맥주 음용은 지속 감소한 반면, 무알콜 맥주 음용은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특히, 무알콜 맥주는 기존 맥주 대비 칼로리가 30% 이상 낮아 체중 관리 목적으로도 음용되며 지속적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맥주는 팬데믹 이후 회식·모임의 감소로 소맥으로 먹던 라거 맥주의 음용은 줄었고 수제 맥주는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홈술 트렌드 이끈 전통주·양주 음용은 증가했을까
팬데믹 전후 3년간 주류 음용이 줄어든 주요 원인은 회식·모임의 감소 영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회식·모임에서 가장 흔하게 마시는 소주와 맥주의 음용이 가장 크게 감소했습니다(각 -19.0, -16.6). 그런데 최근 홈술 트렌드를 이끈 전통주와 양주는 경기 불황 속에서도 소비가 증가했습니다(각 +2.8, +8.2). 이렇게 주종에 따라 음용 증감 추이가 크게 다르게 나타난 요인은 배경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2030세대의 음주 문화 변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사실 전통주와 양주는 지난 19년까지만 해도 2030이 주로 마시던 주류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시작된 홈술 트렌드의 영향으로 집에서는 더 맛있거나 고급스러운 주류를 선택하고자 하는 2030이 많아진 겁니다. 이에 아래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듯 21년 들어 2030의 전통주·양주 음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앤데믹 이후에도 주류 소비 트렌드가 2030을 중심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④ 푸드 트렌드의 핫 키워드 '마라·로제'
주목해서 살펴봐야 할 키워드는 ‘마라’와 ‘로제’입니다. 두 키워드는 16~18년까지만 해도 언급량이 0에 가까웠는데, 팬데믹 전후 3년간 언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는 아래 그래프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마라’는 붉은색 그래프로 19년 6월부터 한 차례 언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뒤 20년 하반기 이후 꾸준한 언급량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로제’는 노란색 그래프로 20년까지도 언급량이 거의 없다가 21년 2월 이후 폭발적으로 언급량이 증가한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마라탕·마라샹궈·로제떡볶이 등 신메뉴가 국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얻은 시기와도 유사합니다.
마라·로제의 주 소비층 2030
요즘 뜨는 먹거리로 언급된 ‘마라’와 ‘로제’ 관련 음식은 취식률 또한 크게 증가했습니다. 마라탕·마라샹궈 등 마라가 포함된 메뉴는 19년 이후 취식률이 지속 상승 추세입니다. 또한, 로제떡볶이·로제찜닭 등 로제가 포함된 메뉴는 특히 21년 들어서 취식량이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특정 먹거리 키워드가 떠오르면 관련 메뉴 취식 또한 증가한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여기서도 2030세대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살펴봤던 전통주·양주 취식 증가 트렌드처럼, 마라·로제 관련 메뉴 취식 증가에서도 2030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마라의 경우 2030 취식률은 21년 들어 소폭 감소했지만 특히 20대에서 절대적인 취식량 자체가 타 연령 대비 매우 높습니다. 로제의 경우는 21년 들어 전 연령대에서 취식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2030의 취식률 상승 폭과 절대적인 취식량이 가장 높습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최신 식문화 트렌드를 살펴볼 때는 2030에 주목해야 한다는 겁니다. 2030이 어떤 먹거리/마실거리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2030을 중심으로 취식이 이뤄지거나 취식률이 증가하고 있는 메뉴가 무엇인지 살펴볼 때 앞으로 어떤 메뉴가 떠오를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라’와 ‘로제’만 해도 뜨는 먹거리/마실거리로 언급되기 시작한 이후 2030을 중심으로 실제 취식이 이뤄진 뒤 4050 연령대까지 널리 전파된 패턴을 보였습니다.
소비자 니즈 초월, 편의점 ‘원 톱’ 푸드 신드롬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편의점 업계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혼술, 혼밥 같은 가정 내 1인 소비가 증가하면서 도시락과 간편식 안주, 타 업종과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PB맥주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PB주류 인기는 가성비 높은 와인과 위스키, 증류식 소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증류식 소주는 기존 희석식 소주보다 10배 이상 비싼 가격에도 출시 두 달만에 100만병 판매를 기록했습니다. 생크림을 가득 넣은 크림빵은 출시 8개월만에 1,500만개가 판매됐고 유년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티커가 들어간 양산빵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습니다.
편의점 PB상품들의 인기는 소비자 니즈를 넘어서는 품질의 고급화, 차별화를 성공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성비(가격대비 성능)와 가심비(가격대비 만족)에서 벗어나 대체불가한 PB상품으로 브랜드 선택 요인을 강화해 ‘원 톱’ 푸드로 자리를 굳혔습니다.
PB상품 빅히트 행진에 식품 매출 비중도 증가
편의점 PB상품들이 빅히트 행진에 식품 매출 비중도 높아지고 있습니.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편의점 전체 매출액에서 식품 매출 비중은 2020년 약 49%에서 지난해는 54.1%, 올해 상반기는 54.8%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펜데믹 기간 동안의 편의점 식품 매출 비중 증가는 의미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락과 프레시푸드 등 주요 식품 판매가 전년대비 30~50%까지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편의점을 ‘푸드 스토어’로 인식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니즈를 초월한 만족을 주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와 애착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습니다. 식사와 주류, 커피와 음료, 치킨과 스낵, 디저트까지 올 하반기에도 빅히트를 이어갈 편의점 식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편의점의 ‘푸드 스토어’로의 변신은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릅니다.